한여름 하오의 산사
전수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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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4 08:50
한여름 하오의 산사
예목/전수남
지리산 끝자락 무성한 녹음에 둘러싸여
삼매경에 빠진 산사
천은사 극락보전 마루턱에 걸터앉아
바람이 지나간 뒤를 쫓는다
넓은 절간 마당을 배회하는
하오의 숨결이 졸음에 짓눌리면
시간도 정지된 채
만사(萬事) 흐름조차 멎는데
산과 하나 된 산사의 침묵
수도자의 묵언 수행이 절정에 달하고
선승(禪僧)도 노송(老松)도 객(客)마저
내면의 소리에 심취되어
도량의 구도(求道)가 정적 속에 잠기네.
(2016.8.22)
*도량(道場) : 불도를 수행하는 절이나
승려들이 모인 곳.
*사진 : 예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