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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나무 숲에서
전수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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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5 09:02
삼나무 숲에서
예목/전수남
흐릿한 눈이 절로 감기는 눈보라에도
고개 꺾일 줄 모르고
푸르름을 품고 사는 삼나무 숲이 운다
전신에 백설을 뒤집어 쓴 채
어깨동무를 하고 몸을 떨며
울림의 소리 우렁우렁 숲을 흔들면
마음속에 이는 바람 차분히 가라앉고
삼나무 숲에서 길을 찾는 나그네
올려다 본 하늘의 여백에
허리 굽힐 줄 모르는 곧은 성정
지치지 않는 상록수의 열망이
무성히 피고 지는데
죽어서도 고운 향내 지키는 삼나무
시린 발에 떨어지는 눈물조차도
마음을 맑게 하는 정화수였어라.
(2017.2.11)
* 사진 : 다은님(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