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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저수지의 가을 아침

전수남 0 617 0

어느 저수지의 가을 아침

 

                         예목/전수남

 

희미한 여명에 잠을 깨는 저수지

물오리 떼가 부산히 날아오른 후

서늘한 바람이 그 빈자리서

미끄럼을 타다 갈대숲으로 들어가고

서걱대는 갈대의 귓속말에

산을 넘어온 빛살

소리도 없이 물안개를 밀어낸다.

 

지난여름 수초사이에서

술래잡기하며 뛰놀던 치어들은

물속 깊은 곳으로 거처를 옮겼을까

산 숲 그림자가 드러누운 수면위에서

장수잠자리가 꼬리질을 하는데

가슴에 품은 고향 같은 아늑함에

푸근한 마음 물위를 거닐다

등 떠미는 소슬바람 따라 길을 나서네.

 

(2017.9.26.)

사진 : 푸른태산님(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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