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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가 고개 숙이는 것은
전수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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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4 08:12
억새가 고개 숙이는 것은
예목/전수남
빛살에 나부끼는 억새의 춤사위
구릉을 넘어 오솔길을 따라
그림자를 드리우는데
작별인사도 없이 가을이 돌아서고
가슴을 파고드는 시린 바람에
그리움이 솟구치며
선연히 내다보이는 황혼
억새가 괜스레 고개 숙이는 건 아니야.
못 다한 사연 가슴에 묻고
홀로 걷는 계절의 뒤안길
무엇을 더 바랄까
꺾어지고 부서지면
가고 오는 흐름 속에 묻히면 그뿐
깊어지는 상념에
허연 은발 물결처럼 흩날리며
억새도 세월에 순응할 줄을 아는데.
(2017.11.4.)
*사진 : 포토친구 뷰파인더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