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의 봄밤
해인사의 봄밤
예목/전수남
검은 장막을 드리운 듯
칠흑 같은 산사의 밤
정좌한 자세 흐트러짐 없이
시각조차 잊은 노승의 독경소리
공명되어 산 숲을 넘고
법당을 밝히는 등촉의 불빛아래
길 떠날 채비를 하는 혼령의 그림자
탑돌이를 하듯 어른거린다.
산바람에 우는 밤풍경소리에
노송의 가지위에서
선잠을 자던 박새 한 마리
고적함을 달래느라 구슬피 울고
누구의 명복을 비는지
검은 소의(宵衣)를 입은 여인
백팔배는 계속되는데
해인사의 봄밤은 깊은 사색에 잠기네.
(2021.3.14.)
*소의(宵衣) : 부인들이 제사를 도울 때
입던 거무스름한 명주옷.
*사진 : 최영실 작가님(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