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날아든 나비
홍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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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1 16:57
어느 날 날아든 나비
月花/홍 현정
순색의 채도를 높이는 너여서
가장 강렬한 색감에 몹시도 흥분했다
다급한 목련의 하늘거림에
나는 내 하루를 네게 투자하고
쓸쓸한 뒷길에 한없는 메아리를 던진다
철없는 봄길에 나눈 인연 하나가
몹쓸 쓰라림에 상처를 덧내고
가둬 두었던 흠모는 아리게 시려도
아프다 말 못 하는 나 보이시는가
얄미운 한량아 네 몫을 내게 주시게
목숨을 던질 만큼 아깝지 않다면
한세상 양념 잘 버무린 나물 위에
지켜준 참기름의 고소함을 뿌려
주색의 노름판을 걷어 차고 싶구나
때늦은 후회는 바람이 웃는다
한세상 잘 놀다 나무 옷 입는 날
나부끼는 네 방자한 꽁무니에
새털 같은 가벼움을 꼬깃꼬깃하게 접어
다시 만날 인연 아니라고
웃으며 날아가게 보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