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온다
봄이 온다
月花 홍 현정
국밥 한 그릇에
수저가 바쁘다 허기가 목을 넘어
허겁지게 소리를 낸다
어찌 이리 식욕이 넘칠까
왕성함이 준 입맛 돋는 봄이다
흙냄새 진한 뿌리의 용트림
새순의 수다가 귀를 간지럽히고
잠자던 논밭이 농부의 성화에
파헤쳐지는 때가 바로 요때다
사방 천지에 움트고 터지는
요란스러운 작태에 마치 바람난 거시기네 강아지처럼
짓궂게도 설렌다
긴 동면의 게으름은 도망치 듯 담을 넘고
미명의 태양은 붉은 치맛자락을 새벽부터 펄럭인다
갈덴 없어도 마음이 바빠지는
청춘 남녀의 짝짓기 놀이에 청첩장이 널뛰기할 때
주머니가 홀쭉해지는 봄이다
온다 온다 봄이 온다
간다 간다 내가 간다
꽃 피는 물레방앗간
참새 떼 몰고 간다
봄은 오건만 여태 오지 않는 넌,
내 젊음을 보쌈 한 도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