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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온다

홍현정 0 15 0

봄이 온다


月花 홍 현정


국밥 한 그릇에 

수저가 바쁘다 허기가 목을 넘어

허겁지게 소리를 낸다

어찌 이리 식욕이 넘칠까

왕성함이 준 입맛 돋는 봄이다

흙냄새 진한 뿌리의 용트림

새순의 수다가 귀를 간지럽히고

잠자던 논밭이 농부의 성화에 

파헤쳐지는 때가 바로 요때다

사방 천지에 움트고 터지는

요란스러운 작태에  마치 바람난 거시기네 강아지처럼 

짓궂게도 설렌다

긴 동면의 게으름은 도망치 듯 담을 넘고 

미명의 태양은 붉은 치맛자락을 새벽부터 펄럭인다

갈덴 없어도 마음이 바빠지는 

청춘 남녀의 짝짓기 놀이에  청첩장이 널뛰기할 때 

주머니가 홀쭉해지는 봄이다

온다 온다 봄이 온다 

간다 간다 내가 간다 

꽃 피는 물레방앗간 

참새 떼 몰고 간다 

봄은 오건만 여태 오지 않는 넌, 

내 젊음을 보쌈 한 도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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