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길에서
가을길에서
月花 홍 현정
그대와 나의 인연은
긴 여행이라고 말할게요
풋풋한 꽃처럼
피기도 지기도 하잖아요
때로는 토닥이고 때로는 옥신각신
정성의 물을 주는 화초 가꾸기
서로의 호흡으로 피워 내고
흔들릴 줄 아는 화분의 꽃과 바람
그대와 나의 인연은
불로초라 부르고 싶네요
세월의 장수 주름도 비껴간
늙지 않는 정(情)인 것 같아요
가끔은 싸우고 가끔은 남처럼
등 돌려 핀잔주다 다시 밥상에서
언제 그랬나 싶게 밥을 먹는
밥상머리 한 팀의 수다쟁이 맞지요
그대와 나의 인연은
천상배필이라고 우겨 볼게요
누가 있든 누가 없든
토닥이며 용기 주는 조력자
꼭 맞는 옷처럼 꼭 맞는 신발처럼
손깍지 끼고 야릇한 눈빛에
술렁이는 여우와 늑대로
익은 낙엽 밟으며 끝까지 가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