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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지려거든

홍현정 0 173 0

망가지려거든


月花 홍 현정


먹구름 사이에

한 줄기 햇살이 비쳐 오 듯

세상과의 소통은

꿈이 맑아지는 수신호였다


단절된 꽁꽁 묶인

외딴섬들을 홀로 떠도는

마음과의 빗장은

돌아갈 수 없는 외통수였지


끊어질 듯 다가오는

무지개 동아줄은 내 것이 아니라

아픔과의 전쟁 속에

승리는 꼭 운명이 가져갔다


부족하고 모자란

한쪽 날개에 철심을 박고 사는

가녀린 심장의 너에게

꼭꼭 숨겨 든 할 말이 있다


망가지려거든 

보기 좋게 망가져 보라 

그 끝이 무엇으로 돌려주는지는 

그대가 정해도 좋다


아름다운 초로의 노을엔

책임이라는 보석이 박혀있다

그 성숙한 책임을 그대보다 더

고뇌하며 사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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