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지려거든
망가지려거든
月花 홍 현정
먹구름 사이에
한 줄기 햇살이 비쳐 오 듯
세상과의 소통은
꿈이 맑아지는 수신호였다
단절된 꽁꽁 묶인
외딴섬들을 홀로 떠도는
마음과의 빗장은
돌아갈 수 없는 외통수였지
끊어질 듯 다가오는
무지개 동아줄은 내 것이 아니라
아픔과의 전쟁 속에
승리는 꼭 운명이 가져갔다
부족하고 모자란
한쪽 날개에 철심을 박고 사는
가녀린 심장의 너에게
꼭꼭 숨겨 든 할 말이 있다
망가지려거든
보기 좋게 망가져 보라
그 끝이 무엇으로 돌려주는지는
그대가 정해도 좋다
아름다운 초로의 노을엔
책임이라는 보석이 박혀있다
그 성숙한 책임을 그대보다 더
고뇌하며 사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