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필 때 어디 있었어
꽃 필 때 어디 있었어
月花 홍 현정
오염되지 않은
무취를 녹여 내는 일
입에 물고 당도를 맞추는 혀끝
바스러진 옹이의 눈물이었을까
힘겹게 찢긴 독선적 위선이
불타게 나이를 먹였다
세상은 참, 무서운 마귀 같아
겉만 번드르르 이중의 옷
그 두께는 양파의 앙증맞은
속살로 눈을 비비게 하면서 엄청난
비밀의 맛으로 톡 쏘거든
필요할 때 꼭, 없는 너처럼
나쁘지 않은 맛에 중독되어
삶을 견디는 일이 아주 수월했지
봄은 올 때 말없이 왔다
꽃으로 바람의 입김으로 차갑게
심장이 뚫리는 송곳 끝처럼
어디에도 없는 메아리로 다가왔는데
나에 봄엔 네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