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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필 때 어디 있었어

홍현정 0 126 0

꽃 필 때 어디 있었어


月花 홍 현정


오염되지 않은 

무취를 녹여 내는 일

입에 물고 당도를 맞추는 혀끝

바스러진 옹이의 눈물이었을까

힘겹게 찢긴 독선적 위선이 

불타게 나이를 먹였다

세상은 참, 무서운 마귀 같아

겉만 번드르르 이중의 옷

그 두께는 양파의 앙증맞은

속살로 눈을 비비게 하면서 엄청난

비밀의 맛으로 톡 쏘거든

필요할 때 꼭, 없는 너처럼

나쁘지 않은 맛에 중독되어

삶을 견디는 일이 아주 수월했지

봄은 올 때 말없이 왔다

꽃으로 바람의 입김으로 차갑게

심장이 뚫리는 송곳 끝처럼

어디에도 없는 메아리로 다가왔는데

나에 봄엔 네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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