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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기억

홍현정 0 188 0

낯선 기억


月花 홍 현정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그때 그 무렵 보았던 그루터기 

어린 벼가 돋아나 듯

온전한 사랑 하나 틔우고 싶다

나이가 피워 낸 가지런한 

주름 위로 싱그러운 발자국 따라

허락하지 않아도 될 믿음

소년의 앳된 풀 비린내로 애간장

녹이던 밀물 같은 너를 맞으며

꼼짝 않고 박혀 있는 조각상처럼

누군가의 시선을 갈취할 때

꼭, 너였으면 바란다

꿈을 꾸다 만난 봄의 유혹은

너만 하다 싶어도 어지간해선

눈길을 줄 수 없어 불행인지 다행인지

욕심의 저울질을 이겨 낼

재간이 없다 

세상에 맞서는 삶의 방식엔

안전장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뢰를 밟고 싶지는 않다

독방에 갇힌 고독도 자유로울 

권리를 달라고 외쳐도 먼지 쌓인

구석이 어쩌면 네가 준 선물은

아닌지 천정의 눈물을 뚝뚝 받아내는

불면의 심정은 너여서

너이기 때문에 폭삭 늙는 것이다

익숙한 이별은 네가 아니길

평생 내 곁에 빌붙어 살겠다고 

도킹하는 새봄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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