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기억
낯선 기억
月花 홍 현정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그때 그 무렵 보았던 그루터기
어린 벼가 돋아나 듯
온전한 사랑 하나 틔우고 싶다
나이가 피워 낸 가지런한
주름 위로 싱그러운 발자국 따라
허락하지 않아도 될 믿음
소년의 앳된 풀 비린내로 애간장
녹이던 밀물 같은 너를 맞으며
꼼짝 않고 박혀 있는 조각상처럼
누군가의 시선을 갈취할 때
꼭, 너였으면 바란다
꿈을 꾸다 만난 봄의 유혹은
너만 하다 싶어도 어지간해선
눈길을 줄 수 없어 불행인지 다행인지
욕심의 저울질을 이겨 낼
재간이 없다
세상에 맞서는 삶의 방식엔
안전장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뢰를 밟고 싶지는 않다
독방에 갇힌 고독도 자유로울
권리를 달라고 외쳐도 먼지 쌓인
구석이 어쩌면 네가 준 선물은
아닌지 천정의 눈물을 뚝뚝 받아내는
불면의 심정은 너여서
너이기 때문에 폭삭 늙는 것이다
익숙한 이별은 네가 아니길
평생 내 곁에 빌붙어 살겠다고
도킹하는 새봄을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