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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입니다

홍현정 0 178 0

가을입니다


月花 홍 현정


들녘의 풀잎마저 

춤추게 하는 가을입니다


떠난다는 것이

무엇인지 나이가 들어도

철없게도 몰랐습니다


술은 마시기 전에

숨을 삼키는 거였고


밥은 먹는 게 아니라

한 끼 때우는 거였습니다


세월은 한 컵 한 컵 

나이를 마시며 지구력을 

주름에 축척하게 훈계했습니다


어떤 변명의 이유로도

가을은 이별을 용서합니다


가을 달빛의 우담바라

삼 천년의 구원을 빌어봅니다


지혜와 깨달음의 깊이

수척한 몰골의 자해는 삶의 디딤돌 

나약함의 스승이었죠


기억해 주지 않아도

떠난다는 건 마음을 남기는 일

가을은 내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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