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잔
술잔
月花 홍 현정
너는 나의 꽃
세상 무엇도 너의 귀를
닮을 수 없다
채워졌다 비워질 때
까칠한 내 시심에
가끔 질퍽한 노기로
옆길로 세잖아
취해서가 아니라
네 귀가 간지러운 게야
옹알이 같은
넋두리 때문에
너는 나의 꽃
세상 무엇도 너의 촉을
흉내 낼 수 없다
혀가 짧아지기 전에
일어서야 하는데
용감한 초능력은
시간을 거꾸로 세운다
솔직히 술 보다
술을 담아내는 널
각별한 애정으로
손을 놓을 순 없었어
너는 나의 꽃
요염한 앙탈에 양귀비도
울고 가겠지
산다는 게 뭐겠어
외로움을 축척하는 일이야
별도 달도 꽃도 바람도
나만큼 울겠니
나의 오늘은 너다
꾹꾹 눌러 마실 때 세상은 돌잖아
비밀인데 말이야 산다는 건
산고를 겪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