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하루의 오후
홍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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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6 11:18


흔들리는 하루의 오후
月花/홍 현정
백작약 향기 그늘에 앉아
짙푸른 이파리 위로 옮겨져 가고
그대 젖은 입술로
태양에 노닐던 여유를
불러들여 빈 허공을 채우고 나면
한여름 땡볕 구름 끝에 매달려
활화산처럼 불덩이를 뿜어낸다
몹시도 허기져 보이는
하루를 살아 내는 뒷모습에
삶의 찌든 무게가 느껴져
희뿌연 골목 어귀를
달려가는 당신의 그림자 뒤로
외로움의 파편들이
흔들리며 떨어져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