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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만큼 나이만큼

홍현정 0 406 0

세월만큼 나이만큼


月花/홍 현정


오는가 했더니 가는 것이

일 년 열두 달 너였구나

덕담이 난데없이 

간절한 희망의 동아줄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예지 못 한 하루하루가 두려운 건

살다 살다 처음인 것 같다


오는가 했더니 가는 것이

잠깐 머무는 봄날이었다

세월만큼 커가는 자식의 성장

주름이 준 흐뭇한 웃음

그 또한 잠깐 아니었던가

한 치 앞 모르며 그저 살았던 때가

차라리 속 편하고 좋았다


오는가 했더니 가는 것이

순서 없는 나이였구나

꽃처럼 향기 없이 푸석해도

나이만큼 인연의 정 나누며

아웅다웅 살지 않았던가

바람 앞에 부대끼며 견디고 있는 건

삶의 숙명적 상속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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