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만큼 나이만큼
세월만큼 나이만큼
月花/홍 현정
오는가 했더니 가는 것이
일 년 열두 달 너였구나
덕담이 난데없이
간절한 희망의 동아줄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예지 못 한 하루하루가 두려운 건
살다 살다 처음인 것 같다
오는가 했더니 가는 것이
잠깐 머무는 봄날이었다
세월만큼 커가는 자식의 성장
주름이 준 흐뭇한 웃음
그 또한 잠깐 아니었던가
한 치 앞 모르며 그저 살았던 때가
차라리 속 편하고 좋았다
오는가 했더니 가는 것이
순서 없는 나이였구나
꽃처럼 향기 없이 푸석해도
나이만큼 인연의 정 나누며
아웅다웅 살지 않았던가
바람 앞에 부대끼며 견디고 있는 건
삶의 숙명적 상속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