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
홍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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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3 23:43

항아리
月花/홍 현정
밤새 퍼마셔도 줄지 않고
따를 수 록 턱없이 부족한 너
비울 수 록 넘치게 채워지고
넘겨도 목마르게 차오른다
잠가도 흐르는 수도꼭지 물 같은
나는 너를 외로움이라고 칭한다
마른 나뭇가지 뼈 앙상해도
살기 위해 숨 쉬는 너 때문에
날마다 심장 박동에 금이 간다
구슬프게 서투른 어설픈 사랑 앞에
고백을 흉내 내는 변명이 비웃고
찢기도록 소리 내지 못 한 너였다
너의 존재를 제일 먼저 알고
소중한 인생 미로 속 숨은 그림
네 육신과 함께 애절하게 찾고 싶다
울지 마라 너마저 울면 나는 어쩌더냐
어두운 방구석 훌쩍이는 소리
눈물 깊숙한 항아리 바로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