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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보기 좋은 너

홍현정 0 507 0

마주보기 좋은 너


月花/홍 현정


인생 마지막 소설 

까맣게 그을린 봄 바다엔 

삶의 건재함이 파도로 출렁인다


금방 눈물이 떨어질 것처럼

눈망울이 따듯한 사람아

바람 막아 주는 담벼락 같은 

넓은 앞가슴을 내어 주고 싶다


봄길에 서성이는 햇살

어쩌면 슬퍼도 울지 않는 너처럼

이정표 없는 하룻길에

어쩔 수 없는 조난자는 아닌지


삶의 역사에 붓의 필력은

오롯한 뚝심이 갈아 낸 먹물

너에겐 단 한 명 나였으면 좋겠다


텃새 없는 아까운 봄날

새처럼 날아올라 네 고운 밥그릇에 

빛 고운 흰쌀로 내려앉아

포만감의 밥이 되고 싶다


살아 숨 쉰다는 것

너와 함께라면 자존심의 뿌리가

뽑혀도 인내하는 이유는

날마다 마주 보고 살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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