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봄비가 내리면
홍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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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2 12:51
내 안에 봄비가 내리면
月花/홍 현정
겨우내 닫힌 창문을 열었더니
꼭꼭 걸어 두었던 마음의 빗장
활짝 풀리며 심장 한편에 무심코 뿌린
꽃씨 하나 소리 없이 싹을 틔워
봄볕에 향기를 날려 보냅니다
삶의 각진 묵은 때 씻어 내라고
눈보라에 흔들렸던 가녀린 등줄기 따라
화사한 연분홍 봄비가 추적추적 내려
참을 수 없는 그리움을 적시면
온종일 보고픔에 시달립니다
그런 날 알 수 없는 기다림에
봄 햇살 꼬드기는 버들강아지
내뿜는 솜털에 취해 복사꽃 꽃잎같이
볼이 발그랗게 피어오르지요
꼭, 짝사랑하다 들킨 것처럼
살다 보면 누구나 외롭지만
해마다 봄을 만나는 느낌이 다른 건
아름답게 물든 나이가 정이 들어
아무런 이유 없이 빗방울 타고
그대 안에 머물고 싶어 떠날 것 같습니다
2019.3/11~3/20 발행
평택 신문 게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