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
빗소리
月花 홍 현정
달갑다 하기엔 그늘이 일고
기다렸던 마음엔 파장이 길다
상심이 크게 슬픔으로 퍼지면
주저 없이 버리고 싶은 잔정이
모질지 못하게 물끄러미 동정을
유도하겠지 가늘게 저리는 손 마디가
서럽게 아리듯 그대는 내 안에
가시가 분명하다
빗소리가 점점 커진다 짧게 앓고 싶은
그리움 한 덩이가 묵직하게
늑골을 겨냥해 깊게 잠들긴 틀린 것 같다
희끗한 초로의 침침함이 설마
미완성의 사랑을 막아서는 건 아닐까
뜨거운 여름날 견디는 폭염처럼
사랑에 데일까 두렵다
누군가에게 고백한다면 후회 없이
했던 사랑이라고 단호하게
빗줄기 같은 선을 긋는다
빗소리가 척척 감겨온다 이런 날은
영혼이 젖지 않는 내 안에
또 다른 나를 불러낸다 미친 듯 너를 반기면 외로움의 동공이 열린다
빗소리 넌, 죄의식 없는 내 외로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