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에게

나는 너에게

月花/홍현정

꽃 언저리에 맴도는 벌 나비

꽃에 취해 휘청일 때

난, 꽃은 아니지만 봄처럼

너에게 간다고 기다리는 약속이고 싶다

땡볕 끝에 녹아드는 하룻길

땀에 젖어 눈 못 뜰 때

난, 태양은 아니지만 여름처럼

너에게 저항 없는 매듭 풀린 실이고 싶다

마른 낙엽 샛바람에 날려 

바스락 발길에 차일 때

난, 바람은 아니지만 가을처럼

너에게 스산한 쓸쓸함 잔뜩 건네고 싶다

흰 눈 날리는 언덕에 올라

목청껏 소리처 부를 때

난, 부메랑은 아니지만 겨울처럼

너에게 다시 돌아갈 것을 언약하고 싶다

봄여름 가을 겨울 사계의 꽃

숨 쉬는 하늘과 바다 산과 들

난, 자연은 아니지만 우주처럼

너에게 신성한 반쪽 밤하늘 별이고 싶다

2019.8/26~9/5 발행

평택 신문 게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