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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삶아 낸다

홍현정 0 243 0

가을을 삶아 낸다


月花 홍 현정


속이 뒤집어지는

해장의 아침을 만나는 일

누구의 행복이 밤새 별빛으로 

떨어져 내린 것일까

그보다 겸연쩍은 건

어젯밤 객기가 남긴 언어들을

수습하는 일이다

취기가 부른 숙취가

낯설지 않게 거울에 달을 뜨게 한다

어쩌다 만난 불면이 아니기에

밤새 콩을 볶았는지

세상에 지친 네 슬픈 재주처럼

술병이 발에 치여 굴러떨어진다

빈병은 또르르 구르기도 잘한다

술병도 지금 사색 중

담긴 상흔을 쏟아 내고 가볍게 자유를 즐기는 뚜껑 열린 머리채로

통째 헌신한 쾌감이랄까

살아온 길 폭신폭신 솜 이불은 아니었지만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었다면

반은 성공이다

삶아진다는 것 원래의 모습이

물컹해지고 부드러워지는 본연의 탈피 세상과 외도하는 일이겠지 

누군가에게 붉게 삶아지고 싶다

가을을 삶아 내면 너도 삶아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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