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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 망초꽃

홍현정 0 359 0

입술 망초꽃


月花 홍 현정


낮은 산자락 풀숲

꽃이 다복다복 피어 있다

그늘에 웅크린 독특함

가만히 보니 제법 희귀하다

그 안에 있을 신비함

바라보는 마음 알리 없겠지만

뜻밖의 소식처럼 그저

놀랠 일은 아닌 듯싶다

비옥하고 습한 땅속뿌리를

대지 위 풀 꽃으로 틔워낼 때

비스듬한 속 깊음은 가히

뜨거운 유혹이라 말해도

누구도 뒤태를 드러 내지 않지 싶다

골바람 이슬에 앉아

꽃 꿈 일으킬 때 수줍은 망초는

정오의 햇살처럼 자색 입술로

바싹 말라 버린 외로움 골짜기에

밀당의 불을 붙여 줄 것만 같다

푹푹 타는 여름 팅팅 붓는 젖몸살

통증을 참아낼 수 있었던 건

기다림 그 긴 나락의 길 끝에

우두커니 서있기 싫어서였다

새벽 소낙비에 잠깐 

생기가 도는 듯 우주는 등대가

되어 보라 말하지만 

난, 아직 두려워 못 한다 응했다

어디선가 소슬바람 불어와

분홍 물든 꽃잎 열고

망초 빛으로 당신을 유혹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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