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삶아 낸다
가을을 삶아 낸다
月花 홍 현정
속이 뒤집어지는
해장의 아침을 만나는 일
누구의 행복이 밤새 별빛으로
떨어져 내린 것일까
그보다 겸연쩍은 건
어젯밤 객기가 남긴 언어들을
수습하는 일이다
취기가 부른 숙취가
낯설지 않게 거울에 달을 뜨게 한다
어쩌다 만난 불면이 아니기에
밤새 콩을 볶았는지
세상에 지친 네 슬픈 재주처럼
술병이 발에 치여 굴러떨어진다
빈병은 또르르 구르기도 잘한다
술병도 지금 사색 중
담긴 상흔을 쏟아 내고 가볍게 자유를 즐기는 뚜껑 열린 머리채로
통째 헌신한 쾌감이랄까
살아온 길 폭신폭신 솜 이불은 아니었지만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었다면
반은 성공이다
삶아진다는 것 원래의 모습이
물컹해지고 부드러워지는 본연의 탈피 세상과 외도하는 일이겠지
누군가에게 붉게 삶아지고 싶다
가을을 삶아 내면 너도 삶아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