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입니다
가을입니다
月花 홍 현정
들녘의 풀잎마저
춤추게 하는 가을입니다
떠난다는 것이
무엇인지 나이가 들어도
철없게도 몰랐습니다
술은 마시기 전에
숨을 삼키는 거였고
밥은 먹는 게 아니라
한 끼 때우는 거였습니다
세월은 한 컵 한 컵
나이를 마시며 지구력을
주름에 축척하게 훈계했습니다
어떤 변명의 이유로도
가을은 이별을 용서합니다
가을 달빛의 우담바라
삼 천년의 구원을 빌어봅니다
지혜와 깨달음의 깊이
수척한 몰골의 자해는 삶의 디딤돌
나약함의 스승이었죠
기억해 주지 않아도
떠난다는 건 마음을 남기는 일
가을은 내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