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 망초꽃
입술 망초꽃
月花 홍 현정
낮은 산자락 풀숲
꽃이 다복다복 피어 있다
그늘에 웅크린 독특함
가만히 보니 제법 희귀하다
그 안에 있을 신비함
바라보는 마음 알리 없겠지만
뜻밖의 소식처럼 그저
놀랠 일은 아닌 듯싶다
비옥하고 습한 땅속뿌리를
대지 위 풀 꽃으로 틔워낼 때
비스듬한 속 깊음은 가히
뜨거운 유혹이라 말해도
누구도 뒤태를 드러 내지 않지 싶다
골바람 이슬에 앉아
꽃 꿈 일으킬 때 수줍은 망초는
정오의 햇살처럼 자색 입술로
바싹 말라 버린 외로움 골짜기에
밀당의 불을 붙여 줄 것만 같다
푹푹 타는 여름 팅팅 붓는 젖몸살
통증을 참아낼 수 있었던 건
기다림 그 긴 나락의 길 끝에
우두커니 서있기 싫어서였다
새벽 소낙비에 잠깐
생기가 도는 듯 우주는 등대가
되어 보라 말하지만
난, 아직 두려워 못 한다 응했다
어디선가 소슬바람 불어와
분홍 물든 꽃잎 열고
망초 빛으로 당신을 유혹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