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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밥

안성운 0 403 0

까치밥

-단애(丹厓) 안성운



에둘러 다니면

어느 곳엔들 죽은 자의 흔적이 없으랴만

그 곳엔 저 어둡고 칙칙한 북녘 하늘이 

밤하늘보다 서럽다.

서리와 이슬 내리더니 문득 내리는 눈

옷깃을 스쳐간 만남들을 더듬는다

내게로 다가왔다 멀어지는 야트막한 산들은

고향을 지키는 동구 밖 느티나무처럼 건실한데

죽은 자의 혼령 이내 나타났다 사라진다

호젓한 산자락 따라 흐르는 물처럼

죽은 이들을 위로하는 기도문처럼

여기저기 이는 스산한 바람은 

낯익은 생전의 목소리다

빠알간 까치밥 햇살에 반짝이더니

산 자를 위한 마지막 열매는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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