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시쟁이
부끄러운 시쟁이
송현 이영태
사방에서 소문난 선비들이 모이는 날이면
평소 어머니의 술 빚는 손맛은 천하일품
술항아릴 가운데 놓고 조롱박을 둥둥 띄운다
둘러앉아 목부터 축이며 ''술맛 참 좋다!''고
술방울이 묻은 멋스러운 긴 수염을 쓰다듬던
시선들이 낙천적이고 위풍당당해 보였다
적당히 취기가 오르면 시를 읊어내리다
절묘한 구절은 ''좋다!'' 무릎을 탁 치며
알관주를 주고 감동을 공유하던 흥겨움을
어린 나이에 무릎을 꿇고 먹을 갈아주며
학문과 예의를 훔쳐 배우던 그때 아버지의
훌륭한 인성교육이 숙연하게 느껴진다
지금 시를 쓰려면, 그때 그 시서 육예의
학문을 흉내조차 내지 못함이 부끄럽다
요즘 시도 그런 멋과 운율과 향기가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