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비를 보고 있노라면
장대비를 보고 있노라면
송현 이영태
먹장 같은 소나기구름 하늘을 뒤덮더니
섬광처럼 번뜩이는 번개
순간 천지가 무너지듯 천둥벼락 치고
도시의 우수와 비린내를 씻어내려는 듯
뿌연 운무를 일으키며 샛강을 가로질러
빌딩 숲으로 달려오는 장대비
문득 우산 없이 뛰어오는 임 마중 가듯
맨발로 달려나가 병균 같은 오욕을
씻어내고픈 야성의 충동은 왜일까?
폭포수처럼 세차게 한바탕 훑고 간 뒤
일제히 샤워를 끝낸 숲들이
함초롬히 일어서는 장엄한 어우러짐
들풀처럼 질박하게 살아온 생이
어느 날 저 숲으로 돌아갈
원시의 소리, 비애의 속울음이 들린다.
※ '종합문예 유성 문예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