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가리봉동 겨울
그해, 가리봉동 겨울
송현 이영태
담금질하듯이 치열한 고뇌의 침잠 속에
지새우는 밤 동트기 바쁘게
별을 안고 꿈꾸다 별 따라 나가는
좁은 계단에 사정없이 얼어붙은 눈 위를
달은 구두로 곡예를 하고
고달픈 하루를 어깨에 메고 오면
허름한 옥탑방 구석에 헌 이불을 감싸고
외론 들고양이처럼 웅크린
내 남루한 실존이 서럽고 싫었던
자폐가 주는 우울증 환자같이 황폐한 삶
극한의 비린내가 날 만큼
그해, 가리봉동 겨우살이는 그랬다
그래도 시골스럽고 정감 있던 그 이웃들
아픈 추억이 자꾸 떠오른다
지금도 외로운가 보다, 늙는 것이...
※ '제5 시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