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산사에서
겨울 산사에서
송현 이영태
신이 하얀 꽃가루로 빚은 투명한 신천지에
울려 퍼지는 산사의 웅혼한 종소리가
잠든 겨울 산의 천년 고요를 깨운다
깊은 산자락 속세를 등지고 돌아앉은 도량
열반의 경지에 이른 선승의 염불 소린
무념무상으로 두 손을 모으라 하듯
세속에 찌든 영혼을 불심으로 닦아 내주고
맑은 달빛 흐르는 설원의 나목들도
묵언 수행하듯 고요히 기도하는
무심으로 일깨움 주고 자비로 꼭 품어주는
이 예스럽고 아늑한 곳이 좋은데
속인으로 얽힌 연이 많아 어찌하나
날이 밝으면 다시 거친 삶으로 돌아가리니
부끄럽게도 불전에 업을 내려놓고
바람 따라 가뭇없이 한 생은 떠나리.
※ '시 낭송 유튜브 영상'
'제4 시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