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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고무신

김병효 2 464 1
하얀 고무신

                    청정 김병효

예순이 되고서야 그 길을 나섰다
시린 겨울바람은 긴 강줄기에 누워
동면으로 잠들고 있었다

그 시절 가난은 죽기보다 힘든 시절
어머니는 20살에 청상과부가 되신 할머니에게 어린 자식을 맡겨두고 나가버렸다 

옥수수 죽 한 끼 끼니에 잠들던 숱한 나날들이 흘러가고 도시로 나간
아이는 대학생이 되어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에 찾았을 때 편히 잠드신 할머니 머리 위에는 예전에 사다 준 하얀 고무신이 고스란히 놓여 있었다

얼마나 
긴 세월 손자를 기다렸을까?

관 하나 살 돈 없어 추운 겨울날 하얀 고무신과 함께 시린 땅으로 보내드려야 했던 젊은 시절 
영혼이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아픔이었다

새벽이 내리는 산자락  
손자만 애타게 기다리시던 할머니 묘에는 갈색 풀잎에 하얀 서리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2 Comments
김미숙(려송) 2019.12.16 17:11  
아 할머님의 애잔한 삶
울컥하였습니다
곧 우리들의 애환이 되겠지요
이달이 가면 저도 어느새 이순이네요
조만희 2019.12.16 18:24  
그놈에 가난이 뭐라고
두고두고 대물림을 해야만 했는지...
가슴이 먹먹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