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에 젖는다
이슬에 젖는다 (1,434)
고송 정종명
절정의 여름이 거침없이
질주하는 한가운데 서 본다
엄니 치맛자락 같은 그늘 그리움
청양고추 맛 햇살의 성화가 얄미워도
들녘의 오곡은 실한 알을 영근다
개울물 졸졸졸 여유를 부리는데
찜통더위 온몸에 땀띠로 돋고
여린 풀벌레 애절한 노랫가락
짧은 삶을 아낌없이 풀어낸다
여우 같은 한 줄기 소나기
팔월을 여는 재치에 한 더위를 재운다
몫을 다한 불볕 어둠을 깔고 누우면
초롱 거리는 뭇 별들 영롱한 옛 추억을 들춰
새벽이슬에 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