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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에 부치는 날에

정종명 0 229 0

힘에 부치는 날엔


                          古松 정종명



뜬금없이 우울함이 찾아든 아침

장맛비마저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뒷산에 올라

숲속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니

비처럼 자유분방하게 살다 갈 수 있다면

걸림 없는 저 하늘을 누비다 인연 되면 

후다닥 떨어지는 것처럼

찌든 나뭇잎을 씻기며 몸 부서져

낙엽 속으로 쓰며 드는

그저 왔다 갔다는 

흔적도 없이 갔으면 


시련의 추억이 씹히는 날같이

마음의 갈피 잡지 못해 흔들리는

허수아비 같은

한생 살아가기 힘에 부쳐

주저앉고 싶은 날

산에 든다 나는.


2020.   0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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