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산사

      겨울산사

          -만연사의 겨울

                           예목/전수남

순백의 눈을 머리에 이고

청송이 내 뿜는 청정향기가

대웅전을 에워싼 고즈넉한 겨울산사

불도가 아니라도

마음 가는 곳마다 신비경에 들고

참선을 구하는 노승의 목탁소리

정정(亭亭)한 전나무 가지를 돌고 돌아

구원을 얻는 가르침을 깨우치라 한다.

선사가 누운 자리 만연사로 우뚝 서니

열정을 품은 맨몸의 배롱나무

엄동설한도 잊은 채

연분홍 연등으로 꽃을 피우고

자비를 구하는 천년 세월의 숨결

나한전의 처마 끝에 맺힌 눈물로

인고의 시간을 돌아보는데

중생의 속 좁은 마음 하루해가 짧구나.

(2018.1.13.)

＊선사(禪師) : 선종의 법리(法理)에

통달한 승려.

(만연사(萬淵寺)를 창건한 만연선사)

＊자비(慈悲) : <불교> 중생에게

즐거움을 주고 괴로움을 없게 함.

＊사진 : 노명희님(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