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야(雪夜)
전수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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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0 08:54
설야(雪夜)
예목/전수남
바람이 눈 덮인 구릉을 넘어
아름드리 침엽수 앞에서
혼쭐난 듯 몸을 떨면
가문비나무 등줄기를 올라탄 눈이
미끄러지며 툭 툭 어깨를 치는 밤
희미한 가로등 불빛이
시린 발등에 맥없이 떨어져도
하얀 눈은 대낮같이 어둠을 밀어내고
드럼통난로 안에서
화닥닥거리는 불꽃은
튀는 젊음처럼 밤새워 타는데
진홍빛 꽃불로 타올랐던 사랑
누군들 한번쯤은 목숨 건 사랑
끝 간 데도 모르게
무작정 달려본 적 없을까
아련한 기억은 옛사랑을 불러내고
설원에 쏟아지는 눈발이
물결치듯 하얗게 설화(雪花)로 핀다.
(2016.12.15)
*사진 : 손금순님(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