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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야(雪夜)

전수남 0 495 0

       설야(雪夜)

 

                          예목/전수남

 

바람이 눈 덮인 구릉을 넘어

아름드리 침엽수 앞에서

혼쭐난 듯 몸을 떨면

가문비나무 등줄기를 올라탄 눈이

미끄러지며 툭 툭 어깨를 치는 밤

 

희미한 가로등 불빛이

시린 발등에 맥없이 떨어져도

하얀 눈은 대낮같이 어둠을 밀어내고

드럼통난로 안에서

화닥닥거리는 불꽃은

튀는 젊음처럼 밤새워 타는데

 

진홍빛 꽃불로 타올랐던 사랑

누군들 한번쯤은 목숨 건 사랑

끝 간 데도 모르게

무작정 달려본 적 없을까

아련한 기억은 옛사랑을 불러내고

설원에 쏟아지는 눈발이

물결치듯 하얗게 설화(雪花)로 핀다.

 

(2016.12.15)

*사진 : 손금순님(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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